진여향 2006. 11. 29. 11:29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한다면

일의 성패나 결과의 고저는 둘째입니다

 

만약 최선을 다하였는데

승리하지 못한 경우는

상대의 진정한 실력이

나를 능가하기 때문이기에

지고도 오히려 상대의 승리에

박수 쳐 줄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재도전의 의지를 일으킬수도 있으며 

능히 자기 자신을 극복하면서 노력한

승리의 기쁨이 댓가로 주어 집니다

 

하지만 만약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지도 못하였다면

굳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도 이와 같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약속을 못 지키면

그 이유와 핑게가

자신에게 있음은 말하지 않고

물질이나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성향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는

최선은 그만 두고

차선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상대로 자신의 비위에

맞추어 주지 못하는 원망만 늘어 놓습니다

 

자신의 역량과 현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높은 가능성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누구라도 한단계씩

오르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인데

 

자신의 가진 재주와

실력과 능력은 보잘것 없으면서

허황된 꿈만 꾸다가 보니

꿈 꿀때는 달콤하지만 깨고 보면

스스로와 남에게 못할 일을 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이라 하여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의 허망한 실상을

곡진하게 밝혀 놓으셨습니다

 

만약에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일체 유위법이 허망함이라는 결론과

가르침으로 끝나 버렸다면

오늘 날 우리에게 불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 허망함의 진실상을 바로 보면

바로 깨달으리라 하시는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

라는 가르침으로

 

모든 허망함의 극치에서

여래의 진실한 모습을 바로 보도록

중생들을 위하여 노바심절 하고 계시니

 

그 은혜가 하늘을 덮고

대지를 감싼다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야간(野干)이 한마리가

제 재주를 믿고 초싹대고 다니다가

사냥꾼이 판 허구렁텅이에 바졌습니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죽음 밖에는 방법이 안 보이자

야간이는 내 아무리 재주 많아 보았자

한 길 수렁에서 헤어 나지 못하누나

하고는 무상한 마음에 생각이 모이다가

그만 정에 들어 갑니다

 

그때 하늘에 비사문 천왕이

세상을 둘러 보다 갑자기 환한 방광이 일어

손쌀같이 내려가 보니 아 그만 야간이란 놈이

선정에 들어 방광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왕은 하도 공경스런 나머지

열심히 배례를 하고 찬탄을 하는데

정에서 깨어 난 야간이는 천왕을 보고

 

야 이 비사문 천왕아

나를 공경하고 모시려면

이 수렁에서 꺼내 놓고서 절을 할 일이지

어찌 나를 이렇게 그냥 놓아 두느냐 하여

사지에서 생환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야간이도 막판에 가서는

마음을 모아 공부하여 정에 들 정도인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우리들이

야간이만한 노력도 못한다면

참으로 허망한것이 그것입니다

 

세상의 이치는

 

진실을 생각하면 진실한 모습이 이웃하고

 

덕을 쌓기 좋아하면 좋은 이웃이 같이하며

 

선을 베풀기 좋아하면 좋은 인연이 모여 들며

 

바른 생각 하는 이에게는 의로운 일만 생기는 법

 

아주 간단하고 간명한 이치를

일상의 생활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불일증휘하고 법륜상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구현되지 않을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 가진 바 역량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상구보리하고 하화중생하는데

전심 전력을 기울일 뿐 결과는

남은 님들의 몫입니다

 

무릇 사성 육범 가운데

우리 마음이 머무름 없이

머무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서

 

부처와 보살도 내 마음 안의 일이요

육도에 윤회하는 것도

스스로 지은 바 결과입니다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부단히 정진해 간다면

머무는 곳마다 도량이요

 

필경에 이르는 곳이 있으리니

쉼이 없이 가고 또 가는 일만이

우리 수행하는 자들의 나아갈 바입니다

 

또 최선을 다하되 무심할줄만 알면

어디 부처를 다른데서 찾아 보겠습니까

 

원효사 심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