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향 2007. 2. 25. 15:49

누가 오겠다 시간을 정하여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기다려도 아무 연락이 없이 그만입니다

그가 한 약속으로 인해
나는 그가 오겠다던 시간을 전후로 하여 두어시간 정도를
다른 일이나 외출을 접었었습니다

만약 사정이 생겨
그 시간에 못오게 되었다고
미리 전화로 연락을 하였더라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볼일을 볼수도 잇었을 것인데
그 지키지 못할 약속 하나로 나는 그만 묶여 버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약속을 잊고 외출한 사이에 그가 약속 시간에 와도 나 역시
그를 묶어 놓은 것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기에
그를 실없는 사람이라고 나무라기 보다

나는 살아 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약속을 하고 미처 지키지 못한 것 때문에
상대가 말 못하는 불편을 겪거나 어려웠을 것을 돌아 봅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약속을 하고 삽니다

아니 이 모든 삶은 약속으로 이루어 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둘이 만나는 일도
직장을 결정하는 일도
친구와 만나는 일도
절에 가기로 마음 먹는 것도
친구에게 언제 차 한잔 하자 하는 것도
다음에 한번 보자 하는 것도
신학기에 아가들을 유치원 혹은 학교에 입학 시키거나

학년이 올라가는 것도
정치인들이 잘하는 공약 사업등도
자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올해의 계획들
학생들이 방학중 일과표를 만드는 일도
불자들이 부처님 전에 서원하는 일등

모두가 유언 무언의 약속과
그 약속이 철썩같이 지켜져 
믿음과 신뢰로 쌓여 갈때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하고  믿음직스런 상대가 될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약속을 헌 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스스로와 타인에게 크나큰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라 할것입니다

대체로 사람 됨됨이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
아니면 약속 어기는 것을 밥먹듯 하는가에 따라

만남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 만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척도가 될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예로 요즘 경제가 어려운 탓에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 혹은 가족에게
언제 줄테니 돈을 좀 빌려 달라 하고는


갚겠다고 한 날이 되면 갖가지 핑계를 대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합니다

준 사람으로서는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격이요
꾸어 간 사람 역시 돈을 잃고 신용과 믿음을 잃으니
둘다 손해가 막심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준 사람은 마음 편하게 잊을 수 있어도
거짓을 말한 사람은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 평생의 업으로 남아
두고 두고 고통을 당하기 쉽습니다

오계를 설하는 자리에서도 계사 스님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하시면서
거짓말이나 허언을 자주 하다 보면
금생에는 자신이 정말로 진실한 말을 할지라도
남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 주지 않으며
다음 생에는 말을 못하는 과보를 받게 된다 하니
스스로 자신의 감옥을 만드는 셈이 됩니다

거짓말 뿐만 아니라
옛 어른들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시며 말을 경계 하셨듯이

말을 자주 하다 보면 허튼 소리 잡소리 거짓말
꾸밈말과 이간질 악담하는 말등


꼭 필요하고 쓸말보다는
해서는 안될 말들이 많아 져서 자기와 남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니

입이 곧 화의 문이라 하시고
사람은 나면서부터 입안에 저마다 도끼 하나씩을 가지고 나온다 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이 하나도 그릇된 것이 없습니다

도끼는 나무를 찍는데 쓰이지만
입안에 도끼는 자신을 찍어 넘겨 뜨리니 
얼마나 무서운 일이겠습니까 

심청전을 보면 심봉사가
눈을 뜨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 물었다가
몽은사에서 나온 화주 스님의 말을 듣고
공양미 오백석을 약속합니다

자기네 살림 형편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약속이지만
눈을 떠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해 본 말이 결국에는


심청이가 아버지의 약속으로 인해
그것을 지키겠다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우여곡절 끝에 왕비가 되어
아비의 눈을 뜨게 하니

이는 몸을 던져서라도
약속을 지키고자 하였던
심청이의 효심과
심봉사의 약속 그리고
불보살님의 가피가
하나로 나타난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결과론을 보면

해피엔딩이라 하여도

과정 과정을 살펴 본다면
함께 참여한 모든 이들의 눈물 겨운 삶이
약속이라는 이름 아래 녹아 들어 있습니다

만약 심봉사가

스님에게 묻지 않았더라면
또 공양미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심청이가 몸을 팔아서라도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이야기가 안되는것입니다

그처럼 누군가에게 하는 약속은
심봉사가 약속을 하고서 본인이 아닌 심청이가 갚는 경우가 되었던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나 혹은 내 가족이나 주위에서 갚아야 하는 결과로서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마 나도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무수히 많은 약속과 파약을 거듭하였고


출가 이후에도

수행자라는 이름으로 살아 오면서도
불전에서 한 수계의 약속을
파하기를 거듭해 왔을 것입니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타인에게 한 약속은
지키면 지키는 즉시 소멸되지만


지키지 않으면 약속마다 날이 되어서
나를 향해 되 쏘아 지는
화살과 같음을 생각합니다

하기 좋다고 아무런 생각없이
누군가와 약속하는 것을 조심하겠습니다

일단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약속의 약約자는 맺는다는 의미의 맺을 약자요
속束의 속자는 묶는다는 의미의 묶을 속자입니다

 

맺은 자가 푼다고도 하고

묶인 곳에 푸는 방법이 있습니다 

흔히들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
서로 한 약속들이
너무 쉽게 파기되는 것을 보며


약속이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약속을 하면

꼭 지키려 노력하는 불자 되십시다

 

약속 가운데 가장 큰 약속은

바로 사홍서원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