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내삶의풍경

갑사 대자암에서의 삼일

진여향 2007. 9. 2. 07:46

공주쪽에 계시는 스님께

계룡산에서 갈만한 암자를 소개해 달라고 메모장에 남겼더니

고왕암 신흥암 대자암을 소개 하시길래

신흥암은 가 본곳이고 고왕암은 기도처로는 그럴거 같아

대자암으로 가서 일반인 출입이 여의치 않으면

 갑사에 머물기로 하고 아침일찍 출발

 

일기예보에 충청이남 지방에 많은비가 온다고 하더니

출발 할때부터 비가 조금씩 뿌리더니

추풍령을 넘을때는 먹구름과 비가 몰려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에서 일주일 머물자는걸

중간에 봉사가는 날이 하루 있어서 리듬이 깨진것 땜에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고

나도 일주일 작정을 했으니 비가 오든 천둥 번개가 치든 상관없이 가서

삼일 머물기로 하고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평일인데다가 비도 오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갑사는 조용해서 진짜 절간 같다

부처님전에 삼배를 올리고 둘이서 대자암 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차도 없고 조용하니 기도하러 가는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걷기에 적당한 거리

 

대자암에 올라서니 생각보담은 큰 암자

삼매당 무문관 건물 현판부터 참선수행터임을 알려주는거 같다

 

법당은 안방에 들어온듯 편안하고 아늑하니 남편은 장소를 참 잘 잡은거 같단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이때부터 묵언

 

다섯시에 내려오려다 만난 노 보살님

지금은 해제철이라 방이 있어 여기서 주무셔도 되는데 왜 내려 가냐고

저녁공양 하고 가라고.....

 

절에서 자면 혹시 옆에 코고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고

새벽 예불시간에 일어나면 낮 기도시간에 허트러질수도 있을거 같아 내려와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내일을 위해 편안하게 쉴수있는 곳에  방을 정했다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 대충 먹고

대자암으로 가는 산길에서 만난 커다란 걸망을 맨 노 거사님

옷차림새는 재가 불자인거 같은데 걸망이나 머리를 보니 스님 같고 아리송?

노거사님이 먼저 말을 걸어 오신다

 

자기는 대자암에 일년결제 중인데 잠시 집에 들러 오는길이고

대자암은 재가불자들도 일년결제 들어간 사람들이 있고

무문관에는 삼년결제 들어간 스님이 계시지만

몇분이 계시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여기는 철저한 수행공간이라며 젊어서 다져 놓으라고

그러다 나이들어 이렇게 수행하는것도 큰 복이라며

공양간에서도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은 같이 앉을수도 없고

열한시에 취침하면 한시반에 일어나신단다

 

무문관에는 하루 한끼 공양하시고 정진하시는 스님들이 계신다는데

점심 한끼쯤이야 생각하고 안먹기로 하고 계속 기도를 하다가

해우소 갔다 오다니까

주지스님 방에 계시다가 나오시며 공양좀 하라고 공양간을 일러 주신다

 

스님이 보시기에

둘이서 말도 없이 아침에 올라 왔다가 저녁에 내려가더니

오늘은 일찍부터 올라와 점심공양도 안하고 있으니

어제 오늘 우리가 몰라서  공양을 안했나 싶으셨던 갑다 

감사한 합장반배를 올리고 법당행

 

마지막날

대자암으로 올라갈라니 비바람이 엄청 몰아치는데

천둥번개 안치는것만도 감사하다 생각

법당앞에 벗어놓은 운동화가 비에 다 젖었다

내려가서 갈아 신으면 되니까 걱정없다

 

대자암은 기도하기 좋은곳

기도가 저절로 되는곳

또 상단에 모셔진 부처님 상호가 얼마나 원만하신지

남편은 상단에 모셔진 지장보살님 미소에 홀딱 반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 눈에 어떻게 비쳤는가 하면

애들이 너무 좋을때 엄마 치마폭잡고 빙글빙글도는 모습?

하여튼 법당에 앉아 있는 남편 모습이 환희에 차 있는거 같다

기도처 너무 좋은곳 잡았다고 나한테도 고맙단다

그저 좋아 붕붕 떠다니는거 같다

 

삼일째 회향하고 내려오면서도

남편 특유의 기분 좋을때 하는 모습

(쌩긋 웃으며 고개 까딱하며 바라보는 하여튼 이모습은 다른사람한테 설명할수가 없다 천진난만한 모습)

 

고맙다며

덕분에 기도잘했다며 산길 내려오며 살짝 안는다

자기 좋아하는 모습보니 나는 그냥 좋수

 

이번 휴가 정말 멋지게 잘 보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