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내삶의풍경

나 집에 좀 데려다 줘요

진여향 2009. 2. 8. 23:09

지난 금요일

등도 아픈거 같고 배도 아픈거 같아

약국에 가는 길인데

 

아주 남루한 차림새의 할머니 베낭을 메고

꼬마의 부축을 받으며 억지로 걷고 있다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데 할머니께서

 

"나 집에 좀 데려다 줘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할머니 집이 어디신데요"

 

"휴~~마산"

(숨찬 긴 한숨을 몰아쉰다)

 

"마산요? 대구는 어떻게 오셨어요?"

 

"아는 사람이 있어서 왔는데 집을 못찾겠어요 마산으로 좀 데려다 줘요"

 

옆에 꼬마가 관리 사무소로 모시고 가는 중이란다

할머니 걷기도 불편하신거 같은데

관리소로 가서 될일이 아닌거 같다

 

할머니 잠깐만요 하고는

112에 전화를 했더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는 경찰관을 보내주겠단다

5분쯤 기다리니 순찰차 도착

 

집이 어디십니까

..........

어떻게 대구 오셨습니까

..........

자제분은 있으십니까

..........

베낭에 뭐 많이 들었습니까

..........

베낭 차에 실을까요

 

묵묵부답이던 할머니

대구에 조카가 살고 있어 왔는데 못찾아서 마산을 가야하는데...........

 

경찰관

지구대에 가서 찾아 보자며 순찰차에 태우고

나 보고 "이젠 가셔도 됩니다" 하신다

할머니도 그 와중에 "고마워요" 하고 인사를 하신다

 

약국으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집을 못찾는게 아니라 갈곳이 없는것 같은 느낌

몸도 불편하신데 많이 지쳐 힘들고 고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