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릴 때 불자는 기도를 하고 - 해월스님
올해는 전같지 않게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서울 경기 지방에서 이사왔다며
절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스님 원효사에 앞으로 다니겠습니다 축원 카드 하나 만들어 주세요가 아니라
이절 저절 다녀 보고 마음에 드는 절을 찾는데
여기는 분위기가 자신에게 좋으네 낮으네
서론이 긴 분들입니다
오는 이 막지 않고 가는 이 잡지 않는다는 절집에 말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간 이는 다시 오지도 않을 뿐더러
나도 역시 혼자 생각하기를
다시 온다해도 신도를 가려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신의 생각의 틀에 대 놓고 좋다 나쁘다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사오기 전에 다니던 절은 어떠했는데 하며
그 절의 분위기와 스님에 맞추려 하다보니
여간해서는 인연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네모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동그라미나 세모가 도무지 어색하여 맞지 않는다 할것이고
반대로 네모나 세모등에 형식적인 틀을 갖지 않고
마치 물과 같아서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고
네모난 그릇에는 네모난 모양을 하면서
스스로의 본성만 어지럽히지 않는다면
특별한 곳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 천지가
모두 부처님의 도량이려니 하고 기도하면
어느 절이나 크게 잘못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스님의 입장을 떠나서
불자의 입장으로 절을 하나 정한다면
이런 점은 고려해 볼것입니다
스님의 언사가 노소남녀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하거나 노보살님들에게 하대를 하는 절
스님이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절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은 절
스님이 공양을 하는데 있어서
음주식육이 무방반야라 하면서
별로 가림이 없는 절 등등
포교를 하거나 각종 법회를 하고 못하고는
그 사찰의 입장과 주변 환경이 변수이므로
어쩔수는 없다 하더라도
위 몇가지 사항을 살펴서 원찰을 고르는 방법도 필요하다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절이나 스님들도
신도들의 저울에 몇근이나 나가는지 달아 볼수 있는 호시절이라
스님도 신도들에게 존경받도록 해야 할것이요
신도님들도 스님이나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모범적인 불자로서 승보를 외호하고 칭찬받는 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자신이 아는 불교의 지식을 가지고
불법이나 스님들을 전부 다 아는 양
상대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소동파라는 이가 있었답니다
당송팔대가로 불리는 사람인데다
유불선 삼교에 박학하다 할만큼 뛰어나다 보니
웬만한 스님들을 상대해서는 자신의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어느 날 승호 스님을 찾아가서
방문 밖에 거만하게 버티고 서 있으려니
거사는 뉘신데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무례한가
하고 승호 스님이 묻습니다
소동파가 나는 칭가요 라고 소리를 치는데
稱칭이란 저울을 의미하는 것으로
승호 스님의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지
달아 보려 온것입니다 한것이지요
그러자 승호 스님은 아 그대가 그렇게 유명한
소동파란 분이로군요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하고는 일어 나면서 벽력같은 소리로
억 하고 귀청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지릅니다
소동파가 깜짝 놀라 정신이 혼미한데
스님은 동파여 이 소리가 몇근이나 되는가
하고 되물으니 동파는 그만 앞이 캄캄해져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도망을 칩니다
아마 동파의 저울은 마음의 무게는 달아도
소리의 무게를 다는 저울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뒤로 소동파의 교만함은 조금 줄어들었다지요
그처럼 자신이 아는 것이 아무리 많다해도
해앞에 등불이요 조족지혈과 마찬가지여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한말씀 가르쳐 주시지요 하면 차라리
상대의 말을 따라서 본색을 알기 좋으련만
자기를 앞세우다 보니 언젠가 임자를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오그라듭니다
오늘은 사월 보름날 제방에 선원에는
수선 납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구십일 하안거를 하루같이 정진하며
시삼마등 화두를 참구하고
불조의 혜명을 이어 밝히고자
신명을 다 받치는 날인 입제일입니다
우리 카페 불자님들도 나름대로
참선과 염불과 간경과 주력
혹은 사경 사불 기도 절 수행등
수행의 일정을 만들어 세우고
간단없는 정진을 해 나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이 편안할때 불자는 기도를 하고
세상이 불안할 때도 불자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릴 때 불자는 기도를 하고
일이 꼬일 때도 불자는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나아가서 꼬이거나 풀리거나
편안커나 불안커나에 관계없이
염념보리심으로 처처안락국을 만드는 이가
진정한 불자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