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분의 병문안을 갔을 때
이렇게 더우면 못산다 하시며
아침 나절에는 노보살님이 오셨습니다
ㅎㅎ 그래도 아파트에 계시면서 창을 열면
냉방기기 없이도 시원하시다는 보살님이
이렇게 말하실 정도면 여간 더운게 아닙니다
보살님은 몇해전에
당신보다 먼저 가신 노 거사님의 영전에
향 한자루 밝히시고 인사를 하며
나도 이렇게 어렵게 살기보다는 어서 당신 뒤를 따라 가야는데 하십니다
하기는 아드님이 다섯인가 여섯이 있지만
다들 각자의 살림에 힘을 쓰다 보니
늙으신 어머니 혼자 아파트에 사시며
노인정이나 오고 가시며 세월을 보내고 계시니
남은 것은 당신의 몸 아프신 것과
여러 자녀의 가정사에 어려운 일에 대한 걱정과 한숨 뿐입니다
나는 이제는 자식 걱정 놓으시고
보살님 가시는 길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앉으나 서나 염불하시면서 평안하게 지내십시요 하고 위로하였습니다
오지 말라 하여도 가야할 길이고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할 길이라면
가는 길에 노잣돈이라도 두둑히 마련하고
기분좋게 여행을 하는 이의 마음처럼
룰루랄라 떠날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노잣돈이란 다른게 아니라
우리 불자들에게 있어서는 염불이나 간경이나 참선이나 작복등
평소에 살면서 행해온 공부와 공덕이 저승 가는데 요긴하게 쓰일 노자입니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삶을 살지 못하였다면
신체가 아무리 건강하였어도 다른 이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 보지 못한 경우라면
또 일가 친척 가족이 아무리 많아도 소 닭 보듯이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면
그에게는 저승 가는 노잣돈이 있을리 없습니다
재산을 이루되 다른 이의 아픔을 생각하며 나누는 삶을 산 사람이라면
남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였더라면
종종 가족과 친지들을 청하여 화목한 웃음꽃 피우며 살았더라면
그 사람이 가는 길에 발자욱마다
연꽃송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길을 갈것입니다
오래전 어느 분의 병문안을 갔을 때
그분이 나에게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아미타불 아미타불 하고 염불을 하시며
왜 다른 사람들 가는 길은 환하고 평탄한데
내 가는 길은 이렇게 가시밭 길에 어둡고 힘이 드냐며
하소연 하시는 모습을 보고
힘이 되는대로 자꾸 염불하시다 보면 가시는 길이 좋아 지실 것이니
열심히 하십시요 하고 돌아 왔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하시는 말을 듣고도
이제 가실 때가 되니 노망이 들어서 헛소리를 하신다 하는 것을 보고
그분이 비몽 사몽간에 당신 가실 길을 보시고
평소에 지은 업의 도로를 살피며
후손들을 위해 바르게 살고 베풀며 살라 하시는
마지막 유훈임을 모르는 무지한 손들에게
무어라 한마디 들려줄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노거사님은 스님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아미타불 염불을 되뇌시며
아마도 평안한 임종을 맞이 하셨을 것입니다
-해월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