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불교는 산 속에서나 어울리는 마음? 세상살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누가 묻는다.
불교에선 모든 걸 허망하다 한다..
돈도 허망하고, 사랑도 허망하고, 성공도 허망하고, 명예도 허망하다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허망하다 하고 비우라 하면, 그리하면 마음은 편할지는 모르지만
산 속에서나 어울리는 마음이지 이 세상살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답을 한다.
다만 허망하다 할 뿐, 하지말라고는 안 했다.
허망하다 함은 무엇인가?
무상(無常)하고 무아(無我)라는 말이다. 공(空)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공(空)이라고 해서 무조건 텅 빈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공(空)은 '텅 빈 충만'이다.
불교는 색즉시공(色卽是空)만을 말하지 않는다. 공즉시색(空卽是色)도 말한다.
금강경은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 하면서,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라고도 한다.
허망(무상,무아)한 줄 제대로 알고 열심히 하라, 다만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무아(無我)를 본 사람은 고집부리지 않는다.
고정관념과 선입관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픈 마인드다.
대상에 끄달리지 아니하고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다. 생각에 갇혀 쩔쩔매지 않는다.
좋다고 흥분하지 않고 괴롭다고 무너지지 않는다. 홀리거나, 반하거나, 빠져들지 않는다.
그의 심리상태는 오버하거나 가라앉지 않으며 거품이 없다. 불취어상 여여부동이다.
깨치면 내가 그것들을 맘대로 하지만, 깨치지 못하면 그것들이 나를 맘대로 한다.
무상(無常)을 본 사람은, 인연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안다.
그래서 인연으로 만난 지금 여기의 일과 사람에 완전히 몰입하여 최선을 다한다.
또 무상(無常)을 본 사람은, 한마디로 말해 쿨(cool)하다.
인연이 다하면 놓아줄 줄 안다. 끈적끈적 연연하지 않는다. 억지로 매달리지 않는다.
그것이 돈이건, 사랑이건, 인기이건, 건강이건, 목숨이건 간에..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야 할 바를 할 뿐.
그와같다.
허망하다 함은 집착을 끊음이요,
허망하다 하며 껍데기를 보여줌은 진짜 알맹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허망하다 알면 그의 삶은 더 알차고 적극적으로 바뀐다.
이야말로 묘한 역설이며 신비한 이치이다.
영명 연수선사는 설한다.
'계율을 지니는 바 없이 계행을 지녀라.
육신이 없는 줄을 알고 모양을 잘 갖추어라.
절이란 물에 비친 달빛과 같은 환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절과 도량을 세워라.
환영이요 헛 것인 공양물을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올려라.
그림자요 메아리인 부처님께 예경하고 공양을 올려라.
마음이 극락인 줄 알고 왕생을 발원하라.
꿈속의 불사인 줄 알고 크게 일으켜라.
텅 빈 세계지만 잘 장엄하라.'
이것이 바로 중도(中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