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부의 힘이 있으면 - 우룡스님
이 공부에 무슨 졸업장이 해당되며, 무슨 계급이 해당되겠습니까?
남의 눈 앞에서 저울질을 해대는 그 차원에서 뺑뺑 돌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설사 진리의 불빛을 조금 보았다고 해도 그 불빛 본 것을
어깨에 걸러 매고 다녀서는 안 됩니다.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모두가 어떤 계급의식 속에, 남의 눈이나 남의 손가락질에 놀아나고
남의 혓바닥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남들이 올려다보면서 '아이고, 저 스님이 큰스님이라 하더라' 고 하면
거기에 휘말려들어 안타깝게도 공부의 끝까지 가려는 노력이 없어져 버립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 거기에 끌려 다니지 말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노력해야 합니다.
한 해 한 해 공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오묘해진 법계의 모습을 체험하게 되고,
한 걸음 한 걸음 향상할수록 불가사의한 법계의 모습을 체험하게 됩니다.
불과 얼마 전 대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돌아가신지 7년 만에 스님의 시신을 넣어놓은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보니
죽은 몸이 하나도 썩지 않은 채
수분만 완전히 빠져나가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기에
그 스님의 시신에 금칠을 하여 모셔놓은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결국은 자기의 기운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 것이지
어떤 다른 힘이 조화를 부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죽어라고 공부를 몰아친 자기의 기운과 대우주의 기운이 완전히 한 덩어리가 되어서 일어나는 일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불교를 공부하다고 하면서도 끈기가 모자랍니다.
끈기가 모자라 조금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서 그만두고 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인간으로 태어난 마지막 관문인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수행의 경지는 마지막 임종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죽음은 죽음이 아닙니다. 영험입니다.
영험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우주 세계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질로 된 이 몸뚱이는 목숨이 끊어지면 없어지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영험을 체험한다는 것은 불교공부를 완전히 익혀
내 살림살이를 만들어 놓아야 알 수 있는 세계입니다.
내 살림살이를 만들어 놓기 전에는 아무리 내가 불교를 안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불교공부를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먼저
내 가슴에 생긴 응어리를 모두 풀어내야 합니다.
부모에게 생긴 응어리, 내외간에 생긴 응어리, 자식에게 생긴 응어리,
형제간에 생긴 응어리, 물질 때문에 생긴 응어리, 명예 때문에 생긴 응어리...
이 모든 응어리가 풀어지고 녹아내리려면 10년.20년에 되지 않습니다.
30년.40년...평생을 바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 응어리들만 녹아내렸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게 아닙니다.
별 수 없습니다.
금생에 빚진 것 다 갚아야 하고, 남의 가슴에 칼질한 것 다 되받아야 되고,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한 것 다 되받아야 하고,
남의 입에 한숨 나오게 한 것 다 되받아야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여기에 무슨 게단을 만들어놓고
'이제 나는 다 올라왔으니까 그만 해도 된다' 는 식의 어리석은 일은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어리석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계의 일 대우주의 일은 그것 가지고는 안 됩니다.
김지장스님이 입고 있던 가사를 던져
구화산 전체를 모두 덮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우리에게도 분명히 그런 기운이 있고 그런 큰 힘이 있습니다.
또 그렇게 되게 되어 있는 것이 대우주입니다.
분명한 것은 내 가슴에 응어리가 남아 있는 상태,
내가 물질에 걸리고 이론에 걸리는 상태로는
한평생을 절에 다니고 불교 이야기를 들어도 별 소용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불교공부에 계단을 만들지 마십시오.
불교공부에 졸업장을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힘이 들어도 그저 묵묵히 꾸준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중간에 꾀가 나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만들지 말고 꾸준히 하면 됩니다.
불교는 대우주와 크기가 같고 대우주와 수명이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 가는 것이 졸업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수 없습니다.
늘 부탁드리는 대로
내 공부의 중심을 잡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몰아붙이면 됩니다.
내가 만든 장난에 내가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에 자꾸 계단을 만들려거나 졸업장을 만들려고 하지 마십시오.
대우주와 크기가 같고 대우주와 수명이 같은 여기!
어디에 한계점을 만들어 놓고 졸업장을 붙이겠습니까?
내 공부가 쌓이고 쌓여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점점 불교의 영험,
대우주의 영험을 체험하고 대우주의 모습을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옛 어른들이 체험 하시고 나투신 영험이 옛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 체험할 수 있는 일이요,
내 자신이 바로 그 세계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부디 한 걸음 한 걸음 더 향상하면서 부처가 되어가는 나 자신을 느끼고
체험하는 불자가 되기를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