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내삶의풍경

일을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여향 2014. 2. 10. 23:01

30년 넘은 부부 모임 이번엔 포항에서 1박 2일

모이면 늘상 남편들 새잡는 동양화 공부를 하고

우리들은 옆에서 일상사 늘어 놓는 수다삼매경을 즐기는 모임 

 

삼십년 동안 새 잡는데

옆에서 군소리없이 협조해준 공로를 인정하고

해외여행 보내 달랬더니 모두들 흔쾌히 OK

 

겉으로는

서방님들 함께 못가니 쬐끔 미안합니다 하고선

속으론 여자들끼리 가면 얼마나 재미있는데~~~호호호호

해 가면서 3박5일 일정 잡아 놓고

지난 명절 이야기 주저리 주저리

 

며늘 맞이하고 첫명절인 집

며늘이 한없이 이뿌고 뭐든지 주고 싶고 편하게 해 주고 싶어

 

설 전날 저녁에 아들내외 와서 외식하고

설날 아침 큰댁에 가서 차례 모신 후

아들며늘 바로 처가로 보내니 오히려 더 허전한 명절이더란다

며늘 맞이하기 전에는 차례 모시고 집으로 올때 셋이서 왔는데

이번엔 처가로 보내고 돌아 오는 길이 웬지 허전하다길래

 

앞으로는 전날 외식 하지 말고

간단하게라도 준비해서 집에서 먹고 설겆이 하고 해

집에서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면

식당가서 사 먹는거 보다 돈은 더 들고 힘도 들지만

애들 입에 들어갈거다 생각하면

귀찮지 않고 그런게 가족으로 엮여가는 과정이거니 싶어

편한게 좋다고 명절에 시댁 와서

밥은 식당 가서 먹고 집에선 과일이나 먹고 그건 아닌거 같어

 

나도 며늘 보기 전에는 딸오면 손끝하나 까딱 안시켰지만

이젠 딸오면 설겆이는 하라고 시켜

그러면 며늘하고 하나는 씻고 하나는 헹구고

두런 두런 얘기하면서 하는 모습이 보기도 좋아 

그러면서 둘다 주부수업도 하는거고

 

딸래미는 설에 전부쳐 볼거라고 시댁에 일찍 갔더니

이미 다 해놓으셨더래

하긴 아직은 살림이 서툰 며느리 애까지 딸렸으니

오기전에 해 놓는게 속편하겠다 싶으셨겠지

 

그소리에 옆에 있던 아짐씨

며늘 편하게 해 준다고 아무것도 안시키면 나중에 문제 있어

울 언니네 며늘 애가 다섯살인데

처음에 안시켰더니 지금도 오면 해 주는 밥이나 받아 먹고

지 밥먹은 그릇도 안씻는단다

처음에는 이뻐서 안시켰는데 지금은 이건 아니다 싶은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란다

김장도 처음에 애기 데리고 오기 힘들다고

오지 마라 하고 담아서 보내 줬더니 

지금도 사람은 안오고 김치통만 택배로 보내오면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고 하는걸 당연한줄 알고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는것도 아니고.......

시 외가 와서 시이모들 다 있어도

지입에 맞는거 있으면 혼자 먹고 앉아 있는데

그걸 눈으로 보고 있자니 이일을 우짜까 싶더라 

섣불리 말했다가는 사이만 나빠질거 같고

고민도 보통고민 아닌거 같더라

 

그건 처음에 안시킨게 문제가 아니라

그며늘이 기본이 안된거지 인성이 문제인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아짐씨

우리 조카며느리 자랑좀 할께

지금까지 시댁에서 내가 설겆이 담당이였자나

그러니 올해는 조카며느리가 있는데도 설겆이 할라 했더니

숙모님 이제 쉬세요 제가 할께요 하면서 밀어내더니

그 많은 설겆이를 어찌나 야무지게 하는지

요즘사람 같지 않어

붙임성도 있고

형님이 며느리는 잘 봤다 싶어

 

자기 입에서 일을 야무지게 한단말 나오는거 보니

그 질부 안봐도 됨됨이를 알거 같네

 

근데 문제는 형님은 교회 권사인데

질부가 절에 다니니 조카도 절에 다니나봐

제사 지내기 싫어하던 형님이

결혼도 하기전에 며느리 보고 제사 가져가라더래

 

옴마야 우짜꼬~~~

결혼전부터 제사 가져 가라는건 좀 심하다

 

우리는 암말 안하고 보고만 있는거지

 

형님은 그 며느리 맘에 안들어 할수도 있겠다

차라리 형님 선에서 제사를 없애든가~~~

 

하여튼 인간관계 고부관계 종교관계

들여다 보면 보는 사람 시각에 따라

좋은사람이 안좋은사람으로 바뀔수도 있으니

어렵고 골치 아픈게 인생살이인거 같어

 

한번 멀어지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는게 고부관계인데

우린 내 기준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는 않은지

내게 유리한 쪽으로 저울이 기울지는 않았는지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보는 눈들 가졌나

살피고 또 살펴도 셤니 자리는 어려워

 

며느리에~딸에~ 질부에~ 제사에

우리의 수다 삼매경은 날밤을 새도 끝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