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예전글마당

저도 나이 들었나봐요

진여향 2006. 2. 12. 01:33

2003년 11월 11일

 

인생의 산꼭대기 정상을 이미 넘어
하산길로 접어들어 종점까지 거리가
차츰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비울줄도 모르고 채워진 것도 없고
생각 없이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주위사람들로부터
'나이보다 젊은데요'하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
벌써 노년기에 접어든 것이라는데
저는 누가 인사치레로
나이보다 젊어보여요 하는 한마디에
환한 웃음에 마음까지 밝아지니
나이들었나 보다

허긴 우리 애들이 벌써 이십대로 접어드는데
나이가 들긴 들었지

어제는 절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젊은 보살님이 세살쯤 되어 보이는 애 둘을 데리고
법당에 들어 오더니 앞에 세워놓고

부처님께 인사해야지 하니까
애들 둘이서 절을 하는데
한 아이는 꾸벅 하고는 뛰어 다니는데
한 아이는 상단과 신중단까지 삼배를 올리는데
고두례까지 어른보다 더 절을 잘 하더라구요

절을 하고 나니까 그보살님
오늘은 가영이하고 싸우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반배를 하니
그 꼬마 혀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말로
그대로 따라 하면서 합장을 하는데
이게 산 교육이구나 싶데요

쌍둥이 같아보이는 두 꼬마중에
그 한꼬마가 자꾸 눈에 아른거리네요
절하는 모습이 너무 이뻤어요

꼬맹이를 보고 이뻐보이는걸 보니
제 나이가 많이 들었나봐요
마음만은 젊게 간직하고 살고 싶은데
제마음에서 이미 나이살이 묻어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