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내삶의풍경
길에서 만난 할머니 모습
진여향
2006. 6. 23. 08:47
장마시작하기 전에
열무김치를 담아야겠다 싶어
어제 저녁을 먹고 시장엘 갔습니다
열무도 몇종류나 된다는건
살림사는 주부들은 다 아시죠?
보리쌀가루 끓여넣고
자작한 열무 막김치 담으려고
약간 통통하니 길게 자란 열무
열무중에 중간정도라고 해야하나? 그 열무 두단을 샀습니다
열무단이 얼마나 큰지
보통 열무 넉단은 되는듯한 무게와 부피
들고 오기 힘들정도였답니다
양손에 나눠들고 앞만보고 걷는데
허리가 많이 굽어 땅에 닿일듯한 호호백발 할머니가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며 저를 쳐다 봅니다
손에 든 짐도 무겁고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수 없어
스치고 지나오는데 따라 오시는듯해서
뒤를 돌아보니 또 뭐라고 중얼중얼
옆에 지나는 사람 다 놔두고
혹시 내게 무슨 할말 있어서 그러나 싶어
되돌아 가서
"예? 저보고 뭐라 하셨어요?"
"응 돈있으면 천원만 주고 가요"
할머니 손에는 조그만 가방이 들려 있고
좋은 옷은 아니지만 깨끗이 입으신모습이
혹시 차비가 없어 그러시나 싶어
이천원을 드리고 고개만 까닥하고
짐보따리 들고 돌아서는 제 뒤에다 대고
"고맙수 약을 사먹었더니 없어서" 이러는 겁니다
집까지 오면서
약을 사먹었더니 없어서 하는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도는게
무슨사연인가 물어나 볼걸
혹시 차비가 아니라 약사드실돈을 달라고 하셨나?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많이 굽은 허리 ㄱ 자 몸으로
지팡이도 없이 걷던 모습이
지금도 자꾸 눈에 어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