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속의등불~★/洗 心 說(법문)

삶의 지혜를 주십시요-혜국스님

진여향 2007. 7. 12. 19:50

문:스님께서는 평생토록 참선정진에 몰두하셨고,
    불자들에게 참선수행을 할 것을 강조하십니다.
    염불, 간경, 참회 등 다른 공부를 통해서는 도를 이루기가
   불가능합니까?


답:다른 공부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오히려 '참선만 된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대학교에 의대만 있고 법대나 공대가 없다면 이 대학은 단과대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대학에 여러 학과들이 있을수록 온전한 종합대학교가 되듯이,

'불교'라는 엄청난 규모의 종합대학교에서 '참선만이 참된 해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교를 단과대학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참선만이 최고'라고 주장하다보면 아만의 병통만 커질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시한 공부방법의 기본 뜻을 잘 알고 정진을 해나가면, 그 공부가 해탈법이 됩니다.

절을 예로 들어봅시다.

절은 내가 부처님께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고쳐지지 않는 못된 성깔이나 감정을 땅바닥에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참된 나'를 떠받드는 것이 절입니다.

나의 감정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작업이 절이기 때문에,

절은 하면 할수록 내 마음이 넓어지고 내가 겸손해집니다.

어찌 도와 가까워지지 않겠습니까?

실로 부처님을 보면서 절을 하다보면 어느 때 문득,
"아, 저분이 이것을 가르쳤구나. 부처님, 고맙습니다."하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내가 내 부처에게 절을 한 것을 알게 되고, 저 부처님이 내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절을 통하여 도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비단 절 뿐이겠습니까?

경을 보고도 이룰 수 있고, 주력, 염불, 참법(懺法), 자비보시 등

모든 불교공부를 통하여 이룰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공자님의 법, 예수님의 법,노자의 법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법의 근본으로 돌아가 닦는데 있습니다.

문:세상이 시끄럽고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생각하고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답:참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중앙의 이름 있는 일간지에서 신년특집으로 인터뷰를 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기자가 물었습니다.
"스님, 세상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집니까?
자꾸만 어려워지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당신하고 나 때문입니다."
"왜 저 때문입니까?"
" 이 사회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성직자, 법조인, 의사, 교수 언론인 등입니다.

이들이 사회를 이끌어 갑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70%는 종교를 믿고 있는데, 이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사람은 성직자입니다.

또 언론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삼아 바로 보고 바로 이해하도록 하는데 앞장을 선 사람입니다.

성직자와 언론인만 잘 하면 이 세상이 바로 서고 좋아집니다.

그런데 이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우니, 이 자체가

성직자와 언론인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은 언론인이요 나는 성직자이니, 어찌 우리의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남의 탓하기를 좋아합니다.

남 때문에 잘 못되고, 누구 때문에 세상이 어지럽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남의 탓을 하면 할 수록 세상은 부정적으로 보이고 추하게 보입니다.
반대로 한 가정의 일도 자기 탓으로 돌릴 줄 알고,

언론인이 언론인 탓, 성직자가 성직자 탓으로 돌릴 줄 알 때 이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사실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고 누구 때문이라고 하게 되면,
'나는 허수아비'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나' 때문입니다.

내가 바로 서 있으면 불행과 고난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참으로 좋은 세상, 참으로 멋진 삶을 살고자 하면

'남의 탓'을 '내 탓'으로 돌리십시오.

내 탓으로 돌리면 집안도 달라지고 세상도 달라집니다.

가족의 구성원들은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탓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보면 시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권을 놓고 시위를 합니다.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소리 치고,

시위하는 이들도 누군가를 맹비난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묻습니다.
"누구를 바꿀 건데? 어떻게 바꿀 건데?"

모두들 하나같이 상대방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나 자신을 바꾸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상대방만 바꾸려고 합니다.
서로가 팽팽하게 마주 서서 서로를 바꾸려고 하니 될 수가 있습니까?

바꾸고자 하면 '나'부터 바꿔야 합니다.

내 마음이 썩으면 세상이 오염되고 썩습니다.

내 마음이 맑아지면 세상이 맑아지고 아름다워집니다.

남의 탓 하는 오염된 마음으로 살지 말고, 내 탓을 하며 맑혀 가십시오.
내 주위의 세상부터 차츰 아름다워집니다.

부디 내 중심을 잡고, '나'를 향상하는 쪽으로 바꾸어 가시기 바랍니다.

대담 및 정리
손영희, 안춘상

-월간 [법공양] 7월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