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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수행 이렇게 하라-덕도스님

진여향 2009. 1. 5. 08:57

금강경은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부처님의 마음이자 깨달음의 말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구절이라도 확실히 깨우치면

다 부처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혹자는 금강경 뜻도 모르면서 읽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금강경의 뜻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 아는 걸까요.

아마 그 사람조차 금강경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입니다.

금강경의 내용을 정말 안다면 경전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금강경은 알기 위해서 보는 것입니다.


오래 읽다보면 뜻 절로 밝아져


그러면 알지도 못하면서도 왜 금강경을 읽어야 하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금강경을 화두로 보고 있습니다.

화두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기 마음을 담아서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한 방법으로

망상과 잡념을 끊어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늘 망상에 시달립니다.

또 분별에 허덕이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니까 금강경을 읽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금강경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몸은 다스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이라는 놈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금방 이 산 갔다 저 산 갔다 산천초목 다 구경하고

눈 깜빡 할 사이에 달나라까지 갔다 옵니다.

법문을 듣는 이 순간에도 혹시 집에서 애들이 사고는 치지 않을까

밖에 꺼내 놓은 음식이 상하지는 않을까

온갖 잡념에 휩싸여 있을 겁니다.

중생의 존재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경을 읽는 것입니다.

산란한 마음을 맑혀 궁극적으로 해탈을 하기 위해 독송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금강경 속에 부처님이 앉아 계시거나

모든 불세계가 나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금강경은 고해를 건너가기 위한 배일뿐입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 배는 꼭 있어야 하지만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금강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든 절대시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금강경을 많이 읽고 많이 배워서 우리의 자성자리를 몰록 깨달으면 그 뿐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항시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금강경이 너를 읽게 하지 마라.

네가 금강경을 읽어라.

지금 금강경을 독송한다는 사람들 대다수가 금강경이 사람을 읽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금강경을 독송하면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고 잘 지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애들이 밖에서 울고불고 해도 남편이 퇴근해 배가 고픈데도 그저 경전만 읽고 있습니다.

이러면 고성이 오가고 결국은 싸움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게 금강경 천 번 읽느니 한번 하심하는 게 공덕이 더 큽니다.

진심(嗔心) 한 번 냄으로써 삼악도에 떨어질 근본을 장만했는데

금강경을 얼마나 더 읽어서 그 업을 멸할 겁니까?

이렇게 하면 경전의 노예가 되는 것으로 큰 업장을 하나 더 얹는 셈입니다.


먼저 금강경에서 자유로워지려 하십시오.

내가 진정으로 신심이 나고 또 그 신심이 원만한 질 때까지는

자유로워지려 노력하십시오.

금강경은 읽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경전입니다.

모두가 금구성언인데 어느 구절을 끝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금강경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꾸준히 읽으면 됩니다.

항시 방에다 책을 펴놓고 들어가나 나가나 읽으라는 겁니다.

또 빨래를 할 때도 밥을 할 때도 금강경 제목이라도 독송하세요.

‘금강반야바라밀경, 금강반야바라밀경, 금강반야바라밀경….’

그렇다고 음식에 침 튀기면서까지 하면 애들이나 남편이 보기에도 좋지 않잖아요.

그렇게는 하지 말고 그냥 마음속으로 외우면 됩니다.

이렇게 오래오래 하다보면 자면서도 하게 되고 눈을 떠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자기도 모르게 금강경 속에 늘 머물러 있게 됩니다.

깨어있으나 잠을 자나 꿈속에서나 자기 스스로 금강경을 읽어갈 수 있단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금강경을 독송해야 할까요?

먼저 눈으로는 경전을 보고 입으로 크게 소리 내고 귀로는 그 소리를 들으려 하십시오.

그런데 여기까지는 쉬워요.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따라 읽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참 요게 쉽지 않아요.

마음은 신통자재하니까 답답한 몸뚱이랑은 놀고 싶지가 않은 겁니다.

여러분도 신나게 춤추는 자리에서 누가 갓난 애기랑 춤추라면 답답하지 않겠어요.

몸과는 따로 놀려는 게 마음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묶어놔야 해요.

이놈 신통 못 부리게 해야 된다 그 말입니다.

놈이 신통을 부리면 부리는 만큼 우리 업장이 두터워져요.

그래서 이놈이 신통 못 부리게 묶어 놓는 말뚝이 바로 금강경입니다.


처음 금강경이라는 말뚝에 이놈을 묶어놓으려 해보세요.

그러면 발광을 합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도망을 갑니다.

그래도 계속 묶어놓으려 해야 합니다.

도망가면 잡아오고, 도망가면 또 잡아오고….

그렇게 일년 정도 지나면 하루 수천 번 도망가던 놈이 하루 수십 번으로 줄어들지요.

그것만으로도 큰 공덕입니다.

우리가 하얀 곳에 점 하나를 콕 찍으면 처음에는 표시도 안 납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365일 찍다보면 기다란 선이 나타납니다.

또 안개 속에 보송보송한 옷을 입고 걸어 다니면

처음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옷이 축축이 젖게 되지요.

그처럼 오래오래 해야 하는 게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금강경이 나를 읽게 하지 마라


금강경은 모든 게 허망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상(相)내지 마라, 보시해라, 다 버려라, 욕심 부리지 마라 등등.

법화경이 우주의 원리를 세워놨다면

금강경은 우주 만물이 생겨나고 멸하는 무상의 원리를 적어 놓은 것이죠.

우리네 삶이 꿈같고 물거품 같이 헛되고 헛되니 집착을 버리고 해탈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분은 금강경이

초상집에 가서 영가들한테 읽어주는 경전이냐고 묻는 분도 있더군요.


물론 영가들한테도 더 없이 좋은 가르침입니다.

금강경은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같이 가자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으니까요.

이곳 사바세계에서는 10년, 20년 살아도 할 일이 많은데

70~80년 살다가 죽으면 얼마나 인연이 많겠습니까.

그 인연에 끄달리고 자기 업식에 얽매여서 또 다른 업식을 만들고 있는 거죠.

그래서 금강경으로

세상은 무상한 것이니 모든 집착을 버리고 지혜를 닦으라고 일러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가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연의 존재입니다.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으로 얽혀있는 거죠.

금강경을 부지런히 읽으면

악연은 무상함을 깨달아 좋은 인연으로 바뀌고

좋은 인연은 더욱 좋아져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만듭니다.

그러니까 금강경은

나는 물론 남도 업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산 자-죽은 자 모두 행복해져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힘들다는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백팔번뇌가 있다고 하는데 이 백팔번뇌는

매 순간순간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금강경을 읽음으로써 그 찰나의 업식을 맑히게 되면

자연히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나를 해치려 했던 인연은 떠나고 나를 도와줄 인연이 오니까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이지요.


여러분, 다른 사람을 위해 축원하는 것도 좋지만

내 마음이 먼저 편안해지기를 간절하게 축원하십시오.

내 마음을 편해지려면 주변부터 편안해져야 하니까

그게 곧 남들을 축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죽은 영가들에게 보시하는 천도재도 지내시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비행도 하십시오.

알고만 있으면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부처님을 항시 사랑하고 부처님께서 보시기에 항시 예쁜 일만 하십시오.

사랑하고 예쁜 일만 하면 틀림없이 복 받고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한테 지팡이는 참 요긴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회초리만한 지팡이에 의지하다가는

지팡이도 부러지고 거기에 의지한 나도 넘어집니다.

거꾸로 기둥만한 지팡이를 기대려다간 거기에 깔려 죽기 십상입니다.

좋은 것도 자기한테 맞을 때 좋은 겁니다.

법화경 좋다니까 법화경 하고

대비주 좋다니까 대비주 하고 그러는데

이리 끼웃 저리 끼웃 하지 말고 일단

금강경 공부를 시작했으면 평생 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 나가십시오.

그러면 언젠가 업식도 사라지고 소원했던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이 법문은 덕도 스님이 10월 23일 경남 언양 화장사에서 인터넷 금강경 수행모임인 ‘마음에 해 뜰 무렵’ 정기모임에서 설법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