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가려던 산행길을
방향을 바꿔 진불암으로 간다고 해도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고
우리 보살님들 그저 함께라는 것만으로 좋다는데
소백산이면 어떻고 진불암이면 어떻겠습니까
거사님들도 우리
나라 이야기로 열 받지도 말고
직장 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그렇게 살아 가며 위에서 바위가 굴러 내려와도
퍼떡 피하던지 아님 바위를 깨 부수던지
발등에 불떨어 질라하면 그때 가서 불끄면 되거고
오늘하루 하하호호 즐겁게 보내자네요
오늘 우린 속에 거 다 비워내고
빈마음으로 진불암으로 출발
이럴땐 우리 진짜 단합잘된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책로 같은 길을 두고 팔공폭포 쪽으로
바위에 기다시피 올라가며 사진 몇장 찰칵
진불암에 들어서니
마당 휴식의 공간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사람
법당에 참배하는 사람
자기들끼리 기념사진찍느라고 모퉁이에 둘러선 사람
점심시간 즈음의 진불암은 복작복작 사람들로 붐비네요
우린 일단 삼배만 올리고
몇년전 진불암 갔을때 나무하러 가던 길 옆에 자리를 잡고
점심 보따리 풀어 공양하면서
쓰잘떼기 없는 소리 잘하는 공심이 한마디에 선녀님 넘어간다
음마 내 말이 그렇게 신용이 없었어?
진짜야 고추탕 있어~~
무신소리냐구요
용암온천 여탕에 가면 영양고추탕이 있거덩요
그래서 나오면서 거사님 한테 얘길 했더니 남탕엔 없다데요
그럼 조개탕 있겠지 라고 했다고 했더니
고추탕이 공심이 지어낸 말인줄 알고
선녀님 푸하하하 넘어가더라구요
지가 쓰잘떼기 없는 소리를 많이 하다보니 신용이 없는거 같아
낼부터는 신용 회복을 위해서 조신한 공심이 돼야겠습니당
공양후 후식으로 진여행 보살님 과일 깎는데
사람이 열사람이나 되니
깎아 놓으면 뚝딱 뚝딱 하다보니 진여행님 계속 과도만 잡고 있으니
약한 진여행이 많이 먹고 기운차려야 하는데 깎고만 있다고
진오거사님 맘 아파 죽겠답니다(역쉬 애처가)
공양후 법당에 와보니 좀 조용한거 같아 기도하고 나니
거사님들 산에 갔다가 내려와
법당에 들어가 단체로 백팔배를 하네요
(속으루 아이구 존경스러운 서방님들 우린 확실한 도반입니다)
커피 한잔하고
스님 사람 있을때 밭에 잡초좀 뽑자고 하셔서
울력 좀 하고 스님 법문 듣고(아 이때 찰칵 찰칵 했어야 하는데 공심이 깜빡)
진불암 행복주식회사 나날이 새로워라 라는 프린트물 받아서 내려왔답니다
진불암은
오시는 모두가 행복주식회사 이사님이십니다
모두 행복 표주박으로
감로의 물을
마음 가득 머금고
가만히 행복을 음미합시다
일체 모든 괴로움을 여의니
일체 모든 즐거움이 생기네
이것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바로 마음이 하는 짓이라
이 몸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변하여 늙고
가지가지 병으로 고통속에 죽는다
여기에 근심 걱정 슬픔 아픔
백팔번뇌가 끝없이 펼쳐지니
마음이라는 조물주가
천지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무한히 팽창한다
그러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흔적 없는 구름처럼
무심히 흐르는 물처럼
물이 묻지 않는 연꽃처럼
후회없이 미련없이 걸림없이
맑고 자유롭고 향기롭게
널리 나누어 베풀고
즐거이 받들어 노력하고
기꺼이 나와 남을 도웁고
힘차게 격려하고
더불어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보살펴 주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네
아~
가소롭게도 이 마음이라 하는 것이
유일신도 믿고 부처도 믿고
무당도 찾고 철학관도 찾으니
마음이 아니면
신도 부처도 믿을 수 없고
무당도 철학관도 찾을 일 없네
이 묘한 마음이
온갖 악한 일 착한 일을 짓고
즐거워도 하고 괴로워도 하며
지금 이 글을 쓰기도 한다
다만 묘한 일은 이 마음을 잘 쓰면
행복은 바로 여기에
눈앞에 펼쳐진
무한한 이 세계라네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거기 새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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