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내삶의풍경

무심코 낭비하는 이 순간이

진여향 2006. 12. 27. 00:01
 

종출이 남편이

요양원에서 카톨릭 병원으로 왔다는 말에 놀란 친구들

남편들과 그제 저녁에 병원으로 달려 갔지요

 

종출이 남편 눈물만 흘리고

바라보는 우리 마음은 착찹하기 그지없네요

 

쉬기 힘든 숨을 몰아 쉬고 있는걸 보며

할말을 잃고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종출이 남편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며

종출이한테 우리 데리고 나가서 저녁사 주라며 손짓을 한다

그 아픈 와중에 우리가 옆에 있으니 신경쓰이나 봅니다

 

버거운 항암 치료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렇게 병원에 누워 있으니 모두 당신 보러 오고 좋네 하며

슬며시 돌아서는 친구 뒷모습에도 눈물이 묻어 나오네요

 

같이 저녁 먹으러 나오며

친구야 마음 크게 먹고 니몸 챙겨가며 간호해라

이말 밖에는 할말이 없더라구요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 진리라고

조금 더 빨리 가거나 늦는거 뿐이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내가 그 입장이 되면 얼마나 간절할까?

 

내가 무심코 낭비하는 오늘 이 시간은

어제 죽은사람이 그렇게 갈망하던 시간이란걸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살고 있네요

'♥~청향의 수다방~♥ > 내삶의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구저기(反求諸己)  (0) 2006.12.30
온기가 필요한 때랍니다  (0) 2006.12.27
광안리에서의 하루밤  (0) 2006.12.26
송년회 별건가 그저 그렇게 보내는 거지  (0) 2006.12.26
이웃사촌  (0) 200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