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미리 알아서 해드리고 항상 칭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결혼 후 알아서 해주니까 신랑도 좋아하고요. 남들에게 싫은 소리나 행동을 안 하고
살아서인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듣게 되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권력을 내놓더라도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돈은 버리더라도 권력을 구하는 사람이 있으며,
어떤 사람은 돈과 권력은 버리되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질문자는 이 셋 중에 어디에 속하냐 하면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힘이 좀 더 들고 내가 고생을 좀 더 하더라도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과 똑같이
그냥 인간의 이기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돈을 추구하는데 돈이 안 벌려서 고생인 사람이나
권력을 추구하는데 출세가 안 되서 괴로운 사람이나
칭찬을 듣고 싶은데 가끔 듣는 비난의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질문자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비난 듣는 것을 지금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본인도 질문에서 말했듯이 그 사람은 그 사람 입장에서 말하는 거지
나를 비난하려고 날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 사람은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란 말입니다.
비난을 듣기 싫어하는 것은 질문하신 분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그래요. 비난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쁠 때 ‘뭐라고?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하고 반응한다면
내가 경계에 끄달린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내가 기분 나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나의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그때 그 자리에서 금방 ‘이건 내 업식’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면 그걸로 끝나버려요.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은 기분 나쁨이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게 아니라
‘어떻게 네가 나를 욕할 수 있어’ 하며 이걸 움켜쥐고 꼭꼭 누르고 있으니
소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알아차림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데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이 나를 비난할 때 내가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 걸 즉시 알아차리고,
‘이것은 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업식,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가 항상 좋은 말을 듣고 싶다는 내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라고 알아차리면
그냥 ‘아, 내 업식이 이런 거구나,
내가 여기에 너무 집착돼 있구나’하고 끝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욕먹어도 괜찮아져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고치기 힘든 일이지만
‘아, 내가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여기에 반응을 해서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내 업식은 여기에 좀 집착돼 있구나’하고 그냥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에요.
이걸 없애겠다든지 그 사람보고 욕하지 말라고 해야겠다든지 하기 때문에 힘들지요.
그 사람보고 욕하지 말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인데 그가 내 말 듣고 쉽게 고치겠어요?
안 되지요. 그가 어떻게 해도 내가 끄떡없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랜 습관이 돼 있기 때문에
저절로 일어나는 마음을 즉시 통제할 수는 없지요.
다만 ‘내 업식이 또 일어나는구나.
또 칭찬 듣고 싶은 내 마음이 여기에 반응하는구나’라며
알아차리고 놓아버리고, 알아차리고 놓아버리기를 반복하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덤덤해집니다. 좀 센 비난을 몇 번 들으면 소소한 것은 없어져버려요.
108배 못하는 사람이 마음먹고 천배 해버리면
108배를 쉽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비난이나 싫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일어나는 마음 알아차리기’를 놓치지 않고 연습하세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