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저는 30년 동안 성당을 다니다가 불교로 온지 1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때 화두선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그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그런데 그때 화두선을 통해 확철대오 했을 때 스승을 만나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지금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스승을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답
우선, 불교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확철대오'라고.. 그런 말이 있긴 하지만
뭘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욕심이 있는 거 같습니다.
마치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지 않고,
무슨 로또나 사서 대박 터뜨리려는 그런 심뽀말입니다.
욕심으로 하거나 조급하게 하면 안 됩니다.
부처님 당시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정진하는데도 깨닫지 못하는 '소나'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서 수도를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고 부처님께 하직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물으셨죠. 출가하기 전에 뭘 잘 했냐고요.
거문고 연주를 잘 했다고 말씀드리니,
소리가 잘 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줄을 너무 조여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해도 안 되고, 적당해야 합니다'
'이 불법(佛法)도 그러하니라.
너무 조급하게 해도 안 되고 너무 게을러도 도(道)에 이르지 못한다'
그 말씀을 듣고 소나비구는 머지 않아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을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양 극단을 버린 것입니다.
자, 질문하신 분에게 두 가지 길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스승께서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그러니 일체를 다 버리고 온 인생을 바쳐 도전을 해 보십시오.
그렇게 모든 걸 탁 놓아 버리고 해 보던지..
아니면, 일상 생활을 하면서 깨달음의 잔잔한 맛을 보려면
5일 일정으로 '깨달음의 장'에 참가해서 자신을 한 번 점검해 보십시오.
그리고..
성당에 다니다 절에 오거나, 절에 다니다 성당 다니는 거..
그거 여러분 보기엔 무슨 큰 일일지 몰라도, 제가 보기엔 별 일 아니예요.
어차피 욕심으로 복을 구하는데, 하나님 찾아 구하나 부처님 찾아 구하나..
그 나물에 그 밥이이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르침에 의지해서, 예수님의 희생정신이 좋아서 '아 예수님 따라가자'
그래서 절에 다니다가 교회로 가던지
교회 다니다가, 밖으로 구하기보다는
나의 무지를 깨쳐서 열반에 이르러 보려고 불교로 와보았다든지
이런 무슨 뚜렷한 게 있으면 몰라도,
그저 복이나 바라는 거라면 어딜 다니든 중요하지 않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뚜렷한 게 있으면 종교를 바꾸는 게 급선무가 아니고
그 가르침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게 급선무 입니다.
기독교 신자로 있으면서 불법 공부한다고 못 깨닫는 거 아닙니다.
그렇게 확실히 체험을 하고
'이제 껍데기도 바꾸는 게 낫겠다' 하는 마음으로 바꾸는 건 괜찮아요.
이거 뭐 세력다툼 하자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난 크리스마스엔 제가 성당에 가서 주설교를 했습니다.
제가 설교를 하면 불경을 가지고 하겠어요 성경을 가지고 하겠어요?
성경을 갖고 얘기하죠.. 그렇게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부처님 오신 날엔 목사님을 초청해서 설법을 들었습니다.
왜냐고요?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절에 와서 마음껏 얘기해 보고
또 저도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 마음껏 얘기해 보고..
이게 소비자에 대한 써비스 아니겠어요? (웃음바다)
재고해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신앙이 더 깊어집니다.
기독교를 다 이해하고도 불교를 믿으면, 그 신앙은 참으로 깊은 신앙이고
불교를 다 이해하고도 기독교를 믿으면, 그 신앙은 참으로 깊은 신앙입니다.
그러니까 내 신앙을 갖는 것과 다른 신앙을 이해하는 게 마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앙을 폐쇄적으로 생각하는 건, 자기 신앙이 굳건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교류하면 흔들릴까봐 겁을 내는 거죠..
두려워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래선 경쟁도 안되고 공존도 안됩니다.
진리로 접근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불교신자들도 더 불법에 귀의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붓다담마' 불법.. 그 이치에 귀의하고 그것을 통해 가피를 입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더 깊은 신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옛날 선사들이 목숨을 버려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신앙은,
욕심을 가지고 되는 게 아닙니다.
욕심 때문에 하는 신앙이면, 죽인다고 하면 다 그만 뒀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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