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속의등불~★/洗 心 說(법문)

애들 아빠가 아니라 남편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원욱스님>

진여향 2015. 9. 10. 06:08

<bbs 다르마콘서트 '원욱스님'>

 

▒ 문
스님, 저는 결혼한지 38년이 되었는데요..
남편이 젊었을 때는 바람기가 너무 심해서 가정은 돌보지 않다가
3년전쯤에 다 늙어가지고, 병들어가지고.. 이제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부처님께 매달리며 3남매를 키우고 저 혼자 가정을 지켜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애들 아버지인데 어떻게 하나.. 하고 다시 받아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 얼굴 볼 때마다 화가 불쑥 불쑥 치밀어 오릅니다.
제가 어떻게 이 화를 삭여야 할까요?

▒ 답
아이구..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거 어디라고 들어오는데?' 해주고 싶네요.
거사님들, 이 말 들으니까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으세요? ㅎㅎ

그러나 어떻게 내쫓겠어요?
건강이나 하면 물바가지 끼얹으면서 '어디라고 들어오노!' 내치겠지만
병들고 갈 데 없는 사람, 내쫓으면 어디로 가겠어요?

그런데 애들 아버지라고 받아주면 안 돼요.
사랑하는 남편이어서 받아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애들 아버지'라는 생각으로 받아주면 또 희생이 됩니다.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사랑은 받아야 하고 베풀어야 하고 나누어야 하는 일이지
'사랑'을 형이상학적으로 어디 매달아 놓고 바라봐야 하는 게 아녜요.
무슨 자린고비입니까? 한 번 쳐다보고 밥 먹고.. 그거 쳐다보가 삭히고? ㅎㅎ

젊어서는 다른 여자들만 쫓아다니던 남편이 다 늙어 들어왔다면
'그래? 당신한테는 내가 누나 같고 엄마 같고, 포근한 부처님 같고 그랬나보구나..
아, 젊어서도 내가 그렇게 생활했나 보구나  여자로서의 매력이 부족했나보구나..'
그래서 누나, 엄마, 옆집 아줌마 같은 느낌의 마누라가.. 이제 늙고 나니까
그런 마누라가 제일이죠? 거사님들.. ㅎㅎ
동시에 뭐든지 다 받아줄 거 같은 관세음보살님 같은 아내..
'이제 나이들어서 나의 그런 면모를 알아차리고 들어왔구나. 고맙네'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받아주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래, 애들 아빠니까 받아준다.
그러니 너도 뭔가 보여줘봐!' 하면 또 나갑니다.
왜 나가느냐? 비참해서 나갑니다..
비참해서 나가면 어떻게 되느냐.. 거리에서 죽습니다.
행려병자 돼서 죽으면 시신 받으러 어떻게 가실래요?

그러지 마시고.. 특히 불자는 관세음보살님을 깊이 의지하잖아요?
관세음보살님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으시고 구고구난..
그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다 살뜰히 살펴주고 건져주시는 분이에요.
그런 분에게 손바닥 지문이 지워지도록 빌면서 '저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이것을 관세음보살이 들어주는 게 아니에요.

'제 서방이 이런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보살님처럼 해볼까요? 좋아요.. 해볼 게요.. 저를 지켜봐 주세요..'
관세음보살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해보세요.
내 생각 같아서는 그냥 있고 싶지 않지만
관세음보살이라면 막 때릴까? 막 욕을 할까?
벌써 여러분들 고개를 젖고 난리가 났네 ㅎㅎ
그러니까 관세음보살님처럼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관음이 되시라..
그러면 그 분한 마음이 잦아들 겁니다.

그 분한 마음을 남편에게 쏟아붓기 시작하면 다시 또 악연이 시작될 겁니다.

왜?
이번에는 자식들이 보고 있어요.
자식들이 부모를 보고 자식들도 그렇게 살면 어떻게 해요?
여러분이 그렇게 안 되려고 부처님 전에 얼마나 기도하고 노력하셨습니까?
아무리 밉더라도 따뜻하게 받아주시고 사랑과 자비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바로 '수행'입니다.

(사회자: 스님, 그래도 저는 자꾸 내쫓고 싶은데.. 마음공부가 덜 된 거죠?)
내쫓고 싶을 때는 본인이 나가서.. 바람을 쐬고 들어오세요.
어디로? 절로 가서..
(맞네요. 절에 가서 부처님께 다 이르고, 막 흉도 보고.. 그러면 되겠네요 ㅎㅎ)

(성진스님: 제가 원욱스님 말씀하실 때 거사님들 표정을 유심히 봤는데요..
그분이 누군지 몰라도 참 고맙죠? 그러니까 부인을 절에 자주 보내야 해요.
저렇게 속 썩이다 들어와도 관세음보살님처럼 다 받아주고..
절에 다니면 저렇게 돼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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