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의 수다방~♥/예전글마당

감응사 홍비

진여향 2006. 2. 11. 21:50

늦은 오후
애들 데리고 성주 감응사를 갔습니다

 

절에 들어서면 짖던 개가
오늘은 바라만 보고 누워있네

백팔배하는데 애들은 후딱하고는
마당 종각에 사물을 이리 저리 둘러보며
딸은 종을 쳐 보고 싶은가 봅니다

 

그때 스님께서 나오시며
종 쳐 보고싶나 한번 들어볼래 하시며 종을 칩니다

 

종 울림이 얼마나 오래 울리는지
애들이 신기해 합니다

 

감응사에는 홍비라는 진돗개 한마리가 있답니다
애들이 개를 쓰다듬고 하니까
개 홍비에 대한 얘기를 들려 주십니다

 

한번은 호법부 스님이 와계시는데
신도가 기도하러 오는데 짖어서

호법부에서 나오신 스님이
절에서 밥얻어먹을 자격없다고 나가라고 호통을 치니
홍비 어슬렁 어슬렁 나가더니 안돌아 오고
다음날 열한시가 넘어서 들어오더랍니다

 

그래서 안스러워 쓰다듬어 주며
목탁 두드리며 얘기를 했답니다

이소리는 너를 부르는 소리다
신도가 오거든 심하게 짖지마라
틈틈이 자꾸 얘기를 했더니


이젠
홍비가 그아래 한개마을까지 놀러갔다가도
목탁소리만 나면 달려와서 법당앞에 누워있답니다

누워있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건 못알아 듣는지 지금도
목탁소리만 나면 법당앞에 와서 눕는답니다

혹시 혼자 돌아다니다 이더운날
낯선사람에게 잡혀갈까봐 스프레이로
한쪽은 감응사 한쪽은 전화번호라로 털에 뿌려놓을까
아님 머리위로 바리깡으로 밀어서
절에 개라고 알릴까도 생각했었답니다

 

근데 요즘은 온산을 돌아 아니며
토끼도 잡고 쥐도 잡고 뱀도 잡아서 자꾸
절에 가져와서 봐달라고 낑낑거려서
지금 스님 고민이시랍니다

 

감응사에는 약수가 있는데
한사람이 열통씩 떠가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많이 떠가면 절에 물이 마르게 될거 같아서
한두통만 떠가라고 했었답니다

 

그담부터 홍비가 그사람 물통만 들고 오면
마당에 못들어 오도록 길목에서 비켜주지않고
끝까지 버티며 짖어서 못들어오게 해서

그아저씨 물통을 저쪽에 두고
몸만 들어오니 아무소리 않코 지켜보고있더랍니다

그아저씨 살짝 가서 다시 물통들고 들어오다가
홍비에게 혼나고는 다시는 물떠러 못온다네요

 

스님께 인사드리고 오면서 홍비보고
홍비야 간다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니
한참을 쳐다보다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어 주네요

 

2004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