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며칠전부터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
에구 오늘은 또 뭘싸냐 그냥 사먹으면 안될까?
엄마 점심 저녁 다 사먹을라니 먹을게 없어서 그래 아무거나 대충 싸줘
도시락
그옛날 생각이 새록 새록
초딩 3학년때 동네 친구들 넷이서
우리도 낼 도시락 싸가져 가자 약속을 하고는
집에와서 나두 학교서 밥싸오라 했다고
낼 싸달라고 했었다
3학년때는 도시락 안싼다는걸
엄마가 모를리 없었겠지만 엄마는
오빠꺼 싸면서 말없이 싸 주셨다
친구들 넷이서 밥을 싸오긴 싸왔는데
묵을데가 없어 다시 짊어지고 오다가
햇볕이 잘 드는 논두렁 밑으로 가서
넷이서 니꺼한숟가락 내꺼 한숟가락 해가며
나눠 먹었던게 내 생에 첫 도시락이였다
우린 도시락 맛나게 까 묵고
고무줄 놀이 하며 집으로 가고 있는데
친구가
야~~ 이거 돈이다
줏어보니 오원짜리 제법 여러장이
실로 묵여 있었다
우린 넷이서 똑 같이 나눠서
알사탕도 사먹고 쫀드기도 사먹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친구가 집에가서 돈 줏었단말 하면 안된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서로 말하지 말자고 약속하고 집으루 오는데
우리가 늦은 시간까지 안오니 걱정됐던 엄마들
딸들 찾아서 동네 한바퀴 돌고
학교 가는길로 찾으러 오는 중이셨다
집에와서 뭐 하느라고 이렇게 늦었냐고 다그치는 엄마앞에
돈을 줏어서 과자 사먹고 놀다보니 늦었다고 이실직고 하고
남은돈은 엄마한테 압수당했다
남은돈 낼 또 과자 사먹자고 약속을 했는데
난 돈을 다 뺏겼으니 우짜꼬 걱정을 했다
다음날 만난 친구들 모두 빈손
다들 뺐겼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돈을 엄마들은 어떻게 처리 했을까?
주인 찾아 준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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