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잘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제대로 못한 지 14년 정도 되었습니다.
요즘은 증세가 악화되어 본인도 이렇게 사는 게 괴로운지
못 마시는 술을 마시며 죽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남편이 불쌍하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런 고통 그만 겪고 자는 듯이 가면 서로 편할 거라는 마음이 듭니다.
이런 마음 내는 저도 괴롭습니다.
답 :
부인된 입장에서 참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살면 남편이 살아 있을 때도 힘들지만 죽은 뒤에는 더 힘듭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죽었으면 하는 마음을 내니 이것은 살심에 속하고,
그래서 정말 남편이 죽으면
‘내 이런 마음이 저 사람을 죽였구나’ 해서 후회하게 됩니다.
“살아 있을 때도 편하고 죽은 뒤에도 편하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합니까?”
이런 물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답은 수행입니다.
매일매일 절하면서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여보, 말도 못하고 몸도 불편하니 얼마나 힘듭니까.
내가 힘들다 하지만 나는 말이라도 하고 몸이라도 움직이고 법문이라도 들으니
어찌 당신의 고통에 비하겠어요.
내가 당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덜어주고 싶네요.’
이렇게 남편을 위하고 남편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말 못하는 심정을 생각해서 틈나는 대로 그를 위로하는 말을 해야겠다.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을 생각해서 틈나는 대로 그를 만져줘야겠다.’
이런 마음을 내는 기도를 하고 행해야 합니다.
얼마나 괴로우면 남편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그 괴로움을 덜어주려고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똑같은 일을 해도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시골에 보살님 한 분이 계셨어요.
그 분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져서 십년 가까이 누워 계시다가
남편의 상태가 나빠져서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어요.
보살님이 너무너무 답답하니까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가는데,
이렇게 나왔다 집에 돌아가면 남편은
‘늦게 다닌다’,
‘집을 비운다’면서 자꾸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거예요.
그러자 보살님이 도저히 못 살겠다며 도망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저에게 물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보살님께 물었어요.
“보살님, 보살님은 몸이 아파 꼼짝도 못해서
다른 사람이 내 똥, 오줌을 받아주는 입장이 좋겠어요?
아니면 내가 건강해서 아픈 사람 똥, 오줌을 받아내는 입장이 좋겠어요?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겠어요?”
“내 몸뚱이 움직여 남의 똥 받아내더라도 내가 건강한 것이 좋지요.”
“내가 건강해서 밭에 나가 일하고 아픈 사람 먹여 살리는 게 낫겠소?
방에 떡 누워 가지고 밥을 떠 먹여 주어야 먹을 수 있는 그런 병자가 되는 게 낫겠소?”
그러자 보살님은 “건강해서 남 돕는 게 낫겠다”고 대답했어요.
누구에게든 둘 중 어느 것이 낫냐고 물으면 건강해서 남을 돕는 게 낫다고 합니다.
아내의 처지가 더 나은 거지요.
그러면 누가 누구에게 신경질을 내는 게 당연합니까?
처지가 못한 사람이 처지가 나은 사람에게 신경질을 내는 게 당연하지요.
그러니 남편이 아내에게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는 거예요.
남이 눈 똥을 치우고, 남의 몸을 씻기고, 그 이불을 빨래하는 것이 쉽겠어요?
똥을 엉덩이에 깔고 한 30분을 뭉개고 있는 게 쉽겠어요?
환자가 더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똥을 빨리 치워주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짜증내는 게 맞아요.
불편한 남편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며 기도를 하세요.
이렇게 기도를 하면 남편이 짜증내는 걸 보고도 내가 짜증나는 것이 덜하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누가 좋을까요?
보살님이 좋습니다.
이것이 현재도 좋고 미래도 좋아지는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괴로움을 만들고,
그 괴로움을 피하려다가 더 큰 괴로움을 자초해서
인생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됩니다.
불편한 남편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세요.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출처 : 법보신문 909호 [2007년 07월 18일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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