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明속의등불~★/洗 心 說(법문)

잘한다 훌륭하다 너밖에 없다-해월스님

진여향 2013. 9. 17. 06:48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인 소동파가

어느날 여럿이 있는 좌중에서 시 한수를 짓고

사람들이 참으로 훌륭한 시라고 칭찬을 합니다

 

자기 자신도 그럴듯 하여 기분이 좋은데다

사람들까지 훌륭하다 칭찬을 해주니

소동파는 한껏 마음이 고양되어서

자신이 지은 싯구를 일필휘지로 적어

평소에 존경하는 불인스님에게 보냅니다

 

싯구절은 무엇이냐면

 

계수천중천 호광조대천

稽首天中天 毫光照大千

 

팔풍취부동 단좌보련대

八風吹不動 端坐寶蓮臺

 

라는 싯구로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부처님

백호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시는데

팔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시고

단정히 보배연꽃위에 앉으셨네 하는 의미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과 더불어서

자신의 마음의 경지가 이미 팔풍취부동의

부처님 경지에 올라있다는 자부심을 지닌 시입니다

 

그런데 답글로 종이 한장이 돌아왔는데

구비라는 두글자인데 그 뜻이 문제입니다

 

구비란 말은 개가 낀 방귀라는 의미로

소동파가 지었다는 싯구절이 개방귀와 같다

이런 실력으로 어디 함부로 나대느냐 하는

불인스님의 꾸지람섞인 답변(미끼)인것입니다

 

소동파는 아직 주연이 파하지도 않았는데

대중들 속에서 그 전언을 들으니

피가 머리로 거꾸로 솟는것 같고

옆에 사람들은 너무 심했다 하고 한마디씩 하니

동파는 그냥 그자리에 앉아 있을수가 없습니다

 

이 중님의 머리카락을 다 뽑아놓으리라

마음먹고 좌중을 떨치고 일어나

한달음에 불인스님 처소에 이르니

사천왕문 앞에 글이 하나 적혀있는데 들여다보니

팔풍취부동한다는 사람이 개방구 한소리에

수염을 흩날리며 이렇게 왔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글귀를 보는 순간 동파는 자기 마음속의 파랑이

한순간에 가라앉음을 느끼고 문밖에서

불인스님을 향해 절 삼배를 올리고 산을 내려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팔풍이란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여덟가지 바람인데

이 쇠 훼 예 칭 기 고 락(利 衰 毁 譽 稱 譏 苦 樂)이니

 

이(利)란 자신의 뜻에 맞음을

쇠(衰)란 자신의 뜻에 어김을

훼(毁)란 면전에서 훼방함을

예(譽)란 칭찬함을

칭(稱)이란 면전에서 칭찬함을

기(譏)는 비방하는 것을

고(苦)란 신심을 괴롭힘을

락(樂)이란 신심(身心)을 기쁘게 하는 것을 말하며

 

(*사순(四順)과 사위(四違)

사순(四順); 利(리-이익) 譽(예-명예) 稱(칭-칭찬) 樂(락-즐거움)

사위(四違); 衰(쇠-소멸) 毁(훼-비방) 譏(기-원망) 苦(고-괴로움) )

 

그중에 이. 예. 칭. 락.은 마음에 순(順)하는 것이고  

쇠. 훼. 기. 고.란 마음에 거슬려서 역(逆)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동파가 그 어떠한 팔풍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라고 써서 보낸 편지가

개방구라는 한글자에 그만 팔풍에 여덟배에 해당하는

폭풍이 몰아쳐 불인스님 절로 달려 갔으니

스님이 문에 남긴 글자를 보기 전까지는 그 자리가 바로

야차의 마음에 다를바가 없었던 것이니

자기가 한 말을 금방 뒤집었던 소동파가

한순간 폭풍우처럼 일어나던 분심과 노도가

스님이 써붙인 한구절의 글귀에

그만 찻잔속의 태풍처럼 사그러들었으니

쇠.훼.기.고.의 역풍을 맞으면서 소동파의 마음이

한번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된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역풍은 오히려 알기쉽고 조심할수 있지만

옆에서 잘한다 훌륭하다 너밖에 없다 칭찬하는 소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돌아보는 눈을 잃게 하여

해서는 안될 짓을 당연한것처럼 하고 정견을 잃게되니

공부인들은 옆에서 잘한다 하는 사람을 원수보듯 하고

너를 나무라는 사람은 스승으로 알라 하시는 것입니다

 

유가에도 양약은 고어구나 이어병이요

충언은 역어이나 이어행이라 하시면서

달콤한 약이나 듣기좋은 말보다 쓰디쓴 말이나 약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는 필요하다 하시니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는 나를 거스르는 이를

스승으로 삼아 여러가지로 모나고 부족한 나를

갈고 닦는 숫돌처럼 보아야 하겠습니다

 

당송 시대에 여덟명의 대가 소리를 듣던 소동파도

저와같은 경계를 당하여서 마음이 죽끓듯 함을 보면

우리들 그저 보통으로 공부합네 하고 앉아 세월만 죽이다가는

팔풍은 그만두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탐진치 삼풍에도

맥못추고 살다가 그만 가버릴 것이니

그때는 나를 인도하는 스승도 없고

먼길 같이 손잡고 갈 말동무도 없는 외로운 길을

그림자만 벗삼고 내가 지은 업이 이끄는 대로

오라면 오고 가자면 가는 처량한 신세 면하지 못할것입니다

 

부지런히 마음닦아 내가 지은 업의 이끄는 힘보다 더 강력한

사홍서원과 사십팔원등 원력의 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서

걸음걸음 삼계를 뛰어넘어 법계로 나아갈 길을 찾아봅시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