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착문희(無着文喜)선사는 종남산 운화사에서 화엄종의 제4조인
징관(澄觀)으로부터 화엄경을 배우고 대력2년(767년) 5월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하여 오대산 화엄사로 들어갔다.
오대산의 동대와 북대 사이에는 누관곡(樓觀谷)이라는 계곡이 있고
그 계곡에는 금강굴이 있는데 그 동굴에는
문수보살이 자주 출현하였다는
말이 내려오고 있었다.
무착이 금강굴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이르자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이 무착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무착은 이곳에 금강굴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손가락으로 멀리 한 사찰을 가리키면서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노인의 뒤를 따라 절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동자가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경내의 법당은 모두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착은 이곳에서 유리로 된 찻잔에 차를 대접받은 후 노인에게 하룻밤 묵고
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인은
허락하지않고 법당앞에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만일 한순간이라도 조용히 앉아 마음을
닦는다면
간지스강 모래알보다
많은 칠보탑을 세우는 것보다 더 낫다.
칠보의 탑은 결국 무너져 먼지가
되지만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은 정각(正覺)을 이룬다.
약인정좌일수유 승조항사칠보탑 보탑필경괴미진
일념정심성정각
(若人靜坐一須臾 勝造恒沙七寶塔 寶塔畢竟壞微塵 一念淨心成正覺)
동자의 안내를 받아 다시 금강굴 입구로 나오자 동자는 조금 전에
본 절이
반야사라고 무착에게 일러 주었다.
헤어질 때가 되자 동자는 위의 게송을 읊었다.
무착은 동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절을 하였다.
그러자 동자의 모습도 반야사의 모습도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오직 황량한
바위산만이 남아 있을 뿐, 노인을 만났던 곳에서는 흰구름이
솟아올라
계곡전체를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그 때였다.
문수보살이 큰 사자를 타고 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더니
갑자기 동쪽에서 검은 구름이 솟아올라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무착이 만났던 노인이 바로 문수보살의
화신이었다. (廣淸凉傳 卷中)
* 지혜의 절 반야사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황금은 변하지 않음을
상징한다.
금은 화학적으로 가장 안정된 원소이다.
마찬가지로 지혜는 언제 어디서나 물들지 않고 본래의 빛을 발한다.
무착은 유리로 된 찻잔의 차대접을 받았다.
유리는 투명하고 맑음을 상징한다. 지혜의 본 바탕은 숨김이 없다.
문수는 지혜의 빛으로 숨김없는 마음으로 무착을 대하였건만 무착은
아직 형상에 끌림을 받았다.
하여 무착은 하룻밤의 숙박을
허락받지 못했다.
법문을 들은 후 무착은 문수를 보았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한 가닥 덜익은 검은 마음은 다시 문수를 사라지게
하였다.
* 이후 무착선사의 수행은 더욱 깊어졌다.
어느 해 동짓날 무착은 팥죽을 끓이다 팥죽 솥 위로 무수히
솟아 오르는
문수를 만나게 되었다.
문수를 만난 무착의 행동이 가관이다.
솟아 오르는 문수들의 뺨을
국자로 찰싹 찰싹 때리며 말했다. '네 문수지 내 문수냐'
* 자신이 아는 만큼 세상을 볼 수
있다.
'내 문수'가 익은 만큼 '네 문수'를 볼 수 있다.
덜 익은 '내 문수'로 익은 '네 문수'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가 본 '네 문수'는 익은 문수가 아니다.
내 수준으로 진리를 재단하는 착각일 뿐이다. /보리도량
선재마을에서 옮겨옴
'★~無明속의등불~★ > 洗 心 說(법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년조실 철우스님 (0) | 2006.02.07 |
---|---|
사미승과 금덩어리 (0) | 2006.02.07 |
[스크랩] 중도의 중요성 (0) | 2006.02.03 |
[스크랩] 半眼의 중요성 (0) | 2006.01.29 |
[스크랩] 바른 신앙과 잘못된 신앙 (0) | 200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