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얼마전부터
하루에 삼천배 해 보고 싶다는 원을 세우고
나름대로 아침 저녁으로 백팔배 하고
토욜이나 일욜은 천배를 하면서 준비를 하더니
갓바위로 삼천배 하러 가잔다
처음 삼천배 하면서 갓바위로 가기는 무리라며
보현사 삼층법당으로 가자고 했다
8시 40분부터 시작
난 천팔백배를 했을 때
점심 먹으러 가자길래
가져온 간식거리로 대충 허전한 속만 채우고
다하고 내려가서 개운하게 먹을까 했더니
남편 뻥한 얼굴로 나를 건너다 보는데
아차 남편이 힘들거란 생각은 않고
내 수준으로 나만 생각했구나 싶어
먹으러 가입시더
절 옆 수제비 집에서
시원하고 뜨껀한 수제비 한 그릇 먹고 나오면서
남편이 하는 말
난 여섯시 전에는 다 못하지 싶다
얼마나 해 놨는데?
몰라 말 안해
그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던데?
........
난 세시 삼십분까지 끝낼라 생각했는데 무리겠구나 싶어
오후에는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했다
남편 절하는 속도가 자꾸 떨어지니
대신해 줄수도 없고 마음이 쓰이지만
옆에서 자꾸 신경쓰는거 같아 보이면 더 힘들거 같아
쉴때 간식이나 조금씩 챙겨주며
내 속도를 조금 더 늦춰서 천천해 나 할거만 했다
삼천배 회향하고 남편 책을 보니
아직 600배가 남았다
옆에 앉아서 다라니를 하면
절하는 사람 더 힘들거 같아
뒤에서서 계속 다라니를 했다
밖은 어둠이 깔리고
삼층 법당에 있던 사람들 다 돌아가고
울 둘만이 남아 있었다
6시 30분 드디어 남편 삼천배 회향
우리
이젠 지지고 볶는 부부 이전에 함께 정진하는 도반입니다
수고 많았수 성불하세요
남편 웃는 얼굴로 나를 건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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